국민의힘은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언론중재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악법을 아웃시켰다"라고 자평했다.
완전한 '입법 폐기'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두 차례 동력을 상실한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입법을 다시 강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판정승'을 자축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 프레임을 부각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밤 SNS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집권세력의 언론개악을 사실상 저지시켰다"며 "자유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계속 지켜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위헌적 내용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막고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켰다"라고 강조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석 구조에서 사실상 유일한 무기는 여론전이었다. 국내외 언론 단체의 거센 반발을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했다.
일찌감치 언론의 입을 막는 법안이라는 의미로 '언론재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피해구제를 명분으로 권력형 비리 보도를 덮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안위를 보호하고, 정권 재창출의 발판을 닦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기에 청와대마저 언론중재법에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서자, 국민의힘으로서는 사실상 밑질 게 없는 일종의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가 됐다.
오후 여야 협상 타결 직전 연합뉴스와 만난 이준석 대표가 "무리한 입법이라는 점은 국제적으로나 국민적으로, 여야 간에도 인식이 정해진 것"이라며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내다본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비교섭 단체들과 공동전선도 막판 동력을 더했다. 여당이 입법을 강행할 경우 야권이 단일대오로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기자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최형두 의원은 상임위 심사 때부터 여야 8인 협의체까지 사실상 논의의 모든 단계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톡톡히 발휘했다는 평가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핑계로 권력비판, 진짜뉴스를 틀어막는 악법이 아웃됐다"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경계심도 감지된다. 여야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설치해 오는 12월 31일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각오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향후 특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구제를 보장하는 언론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반헌법적이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장악 시도를 막는데 국민들과 함께 최전방에서 노력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김성원 의원도 SNS를 통해 "언론중재법은 언론자유 말살 법이자 독재법"이라면서 "가짜뉴스 피해 구제로 위장한 반민주주의 악법,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언론재갈법은 독덩어리다. 독덩어리에서 독 하나, 둘 덜어낸다고 해서 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협상에 응함으로써 민주당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줬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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