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은 '부동산 대전'…벌써부터 뜨거운 공약 경쟁

2021.06.23 11:22:17

기본주택·사회주택에 양도세·보유세 전면 폐지론까지
"전국 국공립 대학·김포공항·국정원을 아파트 부지로"

 

집값 안정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권 도전자들의 공약 경쟁이 벌써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 탓이 가장 컸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봄 대선에서도 부동산이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공약은 '희망 고문'일 뿐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도 없다. 국민의 주거 고통을 줄여주는 접근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국 대학·김포공항·국정원을 아파트 부지로

 

현 정부가 출범 초기 공급대책을 소홀히 하면서 부동산 정책이 꼬였다는 인식 아래 여야 후보들은 파격적 공급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은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에 통폐합하고 그 부지를 개발하면 20만호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광재 의원은 '어마어마한' 주택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용산 미군기지 일부의 택지 활용, 김포·성남·김해공항의 고도 제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의 국·공립대에 싱가포르와 같은 모듈화된 주택을 지어 임대로 공급하자는 주장도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유휴 국공유지와 역세권을 활용해 청년을 포함한 무주택자와 1인 가구를 위해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교통부를 아예 주택부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청년과 저소득 무주택자 등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100만호와 공공분양주택 30만호 등 13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다. 세제와 대출 규제 등의 수요억제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야권 주자들도 공급에 의욕적이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은 수도권에 민간주택 10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99만1천여㎡(30만평)이 넘는 국가정보원 부지에 최소 2만 가구의 '반값 안심 아파트'를 짓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경선 당시 5년간 주택 74만6천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본주택·사회주택에 양도세·보유세 전면 폐지론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 기본금융 등 '기본 3부작'의 하나로 기본주택을 내걸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형이며, 역세권 등 핵심지역에 고품질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건설한다. 기존의 공공 임대주택과 달리 거주 조건으로 소득, 자산, 나이를 따지지 않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다.

 

이 지사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실거주 주택은 보호하고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되,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이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세금과 금융 혜택 박탈 등의 강도 높은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기 방지를 위한 부동산감독원 설치, 공직자나 공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실시, 투기이익 환수와 제재 부과금 추가 징수 등도 제안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유럽형 사회주택'을 내걸었다. 이는 지방정부로부터 토지비, 조세감면, 자금융자 등의 지원을 받은 민간업체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임대·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충남도는 이를 모델로 청년 주택 문제와 저출산위기 극복을 위해 '더 행복한 주택'을 도입했는데 청년 부부가 입주한 뒤 자녀 두 명을 낳으면 아파트 임대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전부 없애야 한다는 쪽으로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 지사는 대출 규제도 확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 철저하게 검증해야"

 

대권 주자들은 집값 급등에 지친 부동산 민심을 얻기 위해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거나 설익은 공약이 많아 보인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사회적 컨센서스를 형성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포퓰리즘 부동산 정치로 흘러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국민들에게 허황한 희망을 줄 것이 아니라 현실적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재원이나 실천 로드맵이 부실한 정책이 난무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라는 게 꼭 주택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며 녹지나 공공시설 등은 그 나름으로 가치가 있고, 도시민들에게 주는 편의나 효용이 크기 때문에 손을 대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급이나 세제 등 구체적 대책에 대해서도 주문이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이든 세제든 시장과 소통하고 시장의 수용 능력을 감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규제와 관련 시장에 잘못된 정책 시그널을 줘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서진형 교수는 "세제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상화하고, 주거수준과 소득 수준의 향상에 걸맞은 질 좋은 주택의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무 교수는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세제 강화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는 한편 공급은 반값 등의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일정 부분 시장 기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kimj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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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림 기자 info@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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