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다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증인이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바꾼 것이 검사의 압박·회유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지난 2월 김 전 차관 측이 신청한 보석도 허가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석방돼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가 이날 문제 삼은 부분은 김 전 차관의 '스폰서 뇌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건설업자 최모씨의 증언이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최씨로부터 차명전화 3대를 받아 사용했다. 이에 최씨는 1심까지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2심에서 진술을 바꿔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계기가 된 1998년 수원지검 사건에 대한 법정 진술도 검찰 진술조서 내용과 달랐다.
최씨는 법정에서 당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자신이 연관된 수사 정보를 전해 들은 뒤 장래 수사를 받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김 전 차관의 뇌물 요구에 응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최씨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1심과 항소심 증인신문 전 검찰과 면담하며 기존 자신의 진술을 확인하고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내용을 미리 묻기도 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뒤 이뤄진 증언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판단 기준을 제시해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 사전면담을 규제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사팀은 "증인 사전면담은 검찰사건 사무 규칙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라며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스폰서 뇌물 이외 항소심에서 면소·무죄로 판결한 나머지 뇌물·성접대 혐의 등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서 1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는 등 총 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여기에는 김 전 차관이 2003∼2011년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씨로부터 5천100여만원을,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인척 명의의 계좌로 1억5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그가 2006∼2007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면소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김 전 차관이 받은 스폰서 뇌물 중 4천300만원은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천3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