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20조원이 넘는 유산의 60%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사상 최대 12조원 상속세를 포함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출연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소위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2만3천점에 달하는 미술품 기증을 통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들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환원 내용을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0월 25일 별세해 이달 30일이 유족들의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이다.
유족들을 대신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삼성전자는 "유족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공존경영'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출연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진료에 쓰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은 앞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 금액이 1조원 가량이다.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천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천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또 2천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에 사용된다. 이건희 회장의 평소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반영해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총 3천억원이 투입된다. 삼성측은 향후 10년간 백혈병·림프종 등 소아암 환아 1만2천여명과 크론병 등 희귀질환 환아 5천여명 등 총 1만7천여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사상 최대 규모로 기증될 예정이다. 재계와 미술계에 따르면 감정평가 평균액수는 2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값을 매길 수 없는 컬렉션으로 경매에 나설 경우 5~10조 원 까지 평가될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분석이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은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점에 달한다.
삼성 측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문화재, 유물·고서·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천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또한 김환기 화가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등 근대 미술품 1천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모네,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샤갈, 피카소 등 유명 서양 미술 작품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넘어간다. 일부 근대 미술 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한다.
'이건희 컬렉션'의 규모와 가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삼성측은 "이 회장이 보유하던 미술품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라며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이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12조원이 넘는다고 공개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이면서 작년 우리 정부의 총 상속세 세입액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주식과 미술품, 한남동 자택과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해 총 30조원 규모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5년 간 6회에 걸쳐 분납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납부할 예정이다. 이달 30일 2조원 가량을 납부하고, 앞으로 5년 간 총 5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한다. 유족들은 이날 주식 분할 내역과 상속 재원에 대해서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측은 "유족들이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며 "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도 다양한 사회공헌을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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