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자재부터 주식, 비트코인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시장이 거품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양한 자산이 이처럼 한꺼번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재 가격은 최근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가장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한 증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프랑스, 호주 등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는 올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23번, 21번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최근 급락 직전 사상 첫 6만달러 고지를 돌파했고,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까지 폭등해 세계 각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자산시장이 동시에 들썩이는 것은 100년 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와 비슷하고, 기술주 고평가 현상은 20여년 전 '닷컴버블'과 비교된다고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 버블과의 '데자뷔'에 다수 투자자는 대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증시가 얼마나 과열된 상태인지는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S&P 500의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최근 20년새 가장 높은 37.6으로 역대 최고였던 1999년 12월 44.2에 근접했다.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26배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의 PER은 무려 1,130배나 되고, 엔비디아는 8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의 자산버블 붕괴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WSJ에 "이번 상황은 우리가 과거 겪었던 다른 어떠한 버블과도 다르다"며 "과거의 버블은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워 보일 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치솟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견인한 과거 호황기 때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려 거품을 터뜨리는 역할을 자임한 반면, 현재 연준은 아예 '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개념 자체를 부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이 '제로금리'를 2023년까지 유지할 방침이고, 정부와 의회는 수조달러의 천문학적 재정부양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회복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상당수 투자자는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한 자산 가격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980억달러가 유입돼 월별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사실도 아직 거품이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근 뉴욕증시에서 주요 성장주들의 상승세가 꺾이고 연일 급등하던 비트코인마저 20% 이상 빠지면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달 초 E*트레이드 여론조사 결과 미국 투자자의 70%는 시장이 완전히 또는 다소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건택 특파원 firstcircle@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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