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 예정지 바깥 토지를 자신의 가족 회사 명의로 매입해 투기 혐의를 받는 경기도청 전직 간부 공무원을 경찰이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출범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두 번째 구속 영장 신청 사례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기업투자유치담당 팀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씨가 사들인 땅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도 신청했다. 몰수보전이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A씨는 도 투자진흥과 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10월 아내가 대표로 있는 B사를 통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4필지 1천500여㎡를 5억 원에 사들였다. A씨의 아내가 대표이사, A씨가 감사(監事)였다. 이 땅은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도면이 공개된 이후 시세가 25억 원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B사가 이 땅을 매입한 시기는 경기도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건의하던 때여서 경기도는 A씨가 재직기간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23일 A씨를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그를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 땅을 사들인 정황을 포착,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신병확보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A씨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B사와 A씨 장모가 투기한 의혹이 있는 토지는 이미 알려진 4필지를 포함해 총 8필지로, 매입 가격은 약 6억3천만원"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4필지의 매입 시점은 2018년 8∼9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서 비롯된 부동산 비리를 밝히기 위해 18개 시도경찰청과 국세청·금융위원회·한국부동산원 파견 인력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구속영장, 몰수보전을 신청한 것은 포천시 공무원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앞서 약 40억 원을 대출받아 포천시 내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인 소흘역(가칭) 예정지 인근 땅에 투기한 혐의를 받는 포천시 공무원은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아울러 투기 의심 LH 직원을 추가로 확인해 지난달 31일 입건했다. 이 직원은 광명과 시흥 신도시 땅 원정 투기 의혹을 받는 LH 전북지역본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LH 전·현직 직원은 모두 21명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이나 공직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며 투기로 취득한 재산상 이득은 반드시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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