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의 이번 땅 투기 사태는 국민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정도로 큰 파장을 낳았다.
이에 당초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지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소급적용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공언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법안을 소급 적용하진 않기로 결정했다.
소급 적용이 돼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도 신도시 토지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주택지구 지정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부동산 매매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3~5배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투기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려진다. 범죄 행위로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된다.
당초 의원들이 낸 개정안 중 일부에는 소급적용이 명시됐으나, 위원회 대안에선 빠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회의록을 보면, 허영·김교흥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소급적용 방안을 주장했고 소위원장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했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조 의원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선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해 19일 국토위도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선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됐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오른다.
다만 국민 사이에선 못마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왜 임대차법만 소급적용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LH) 부패방지 5법은 위헌성 논란 때문에 소급입법이 어려워 적용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면서 "도대체 왜 임대차법은 소급입법한 건가요?"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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