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이 일요일인 14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발포해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지 한 달 보름 만에 유혈진압에 따른 누적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이날 하루 미얀마에서 시위 참가자 중 최소 38명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산업지대인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이날 양곤 곳곳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군경의 진압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방수포로 따가운 햇볕을 가린 채 거리에 앉아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탄과 실탄을 쏘면서 진압했다.
또 양곤 인근 바고(Bago)에서 젊은 남성이 실탄에 맞아 숨졌고, 옥 광산지대로 알려진 북동부 까친주 파칸(Hpakant)에서도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얀마 시위대의 하루 사망자는 38명 이상 숨진 지난 3일과 비교될 정도로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생한 뒤 유혈사태가 이어지면서 누적 사망자가 100명을 훨씬 넘은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14일 오전까지 미얀마 시위대의 누적 사망자는 최소 92명으로 집계됐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이날 오후 양곤 내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인구 밀집지역 2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미얀마 국영 언론이 전했다.
아울러 이날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 3명이 다쳤다고 로이터가 미얀마 국영 MRTV를 인용해 보도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유혈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버기너 특사는 성명을 통해 "지역 내 행위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국민, 그리고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하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 군부가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며 "의료진까지 겨냥한 지속적인 잔혹 행위와 공공시설 파괴는 평화와 안전에 대한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할 보다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얀마 당국이 미얀마 내 중국 기업 및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흘라잉타야의 피복공장들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공격으로 많은 중국인 직원이 다쳤고 중국이 투자한 공장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가 임명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전날 시민들이 군부의 탄압에 강력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은신처에서 진행한 페이스북 연설에서 "지금은 이 나라에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이 군부의 탄압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중부 몽유아(Monywa) 지역민들은 자치 정부와 경찰을 구성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범수 특파원 노재현 기자 bumsoo@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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