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TC "SK, LG 영업비밀 침해 명백"…양사 공방은 계속

  • 등록 2021.03.08 09: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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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패소 최종 의견서 공개…영업비밀 22개 침해 확정
SK "미 대통령 거부권 강력 요청"…LG "인정하고 합의 나서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훔친 영업비밀을 전 배터리 사업 영역에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점이 거듭 확인됐다면서 합의를 촉구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현재 양사의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으며 서로가 제시하는 합의금 규모 차이가 조단위로 확인돼, SK이노베이션이 희망하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판가름 날 때까지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예비 결정(조기패소)을 확정하고 수입금지·영업비밀 침해 중지 명령을 내린 데 대해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입증을 바탕으로 LG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11개 카테고리·22개 영업비밀을 그대로 인정했다. 전체 공정, 원자재 부품명세서, 각종 제조 공정 등에 대한 영업비밀들이다. 

 

 

이에 따라 LG가 주장한 22개 영업비밀을 법적 구제 명령 대상으로 판단했고, 미국 수입 금지 기간 역시 LG의 주장에 동의해 10년으로 정했다고 ITC는 밝혔다.

 

SK는 수입금지 기간을 1년으로 주장하고,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최소 5년을 제시했지만, ITC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을 유리하게 출발했다"는 LG의 주장을 인정했다.

 

ITC는 "SK는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TC는 양사 분쟁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18년 9월∼10월 폴크스바겐(폭스바겐) 수주에 대해서도 "SK가 사업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LG의 경쟁 가격정보를 취득해 폭스바겐에 자사 배터리를 가장 저가에 제안, 수주했다"며 "LG 영업비밀을 침해해서 만들어진 더 저렴한 SK 배터리에 대한 폭스바겐의 선호는 공공의 이익 면에서 설득력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ITC는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 각각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내린 데 대해서는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에도 불구하고 SK와 장래 사업 관계를 계속 구축하기로 선택한 포드 등 상대 완성차 업체에도 잘못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최종 결정문이 공개된 후 SK이노베이션은 "ITC가 LG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해 실체적 검증을 한 적이 없고 증거가 없다"면서 "(문서 삭제 등)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내린 모호한 결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1982년부터 배터리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11년 이미 공급 계약을 맺었고, LG와는 배터리 개발·제조 방식이 다르다면서 "LG의 영업비밀이 전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한 포드와 폭스바겐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라면서, ITC의 결정이 공익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모호한 결정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해악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해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SK가 사실상 법원 역할을 하는 미국 정부 기관인 ITC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배터리 사업 전 영역에서 기술을 침해했다고 명백히 인정됐는데 침소봉대한 주장을 편다"고 반박했다.

 

LG 측은 SK가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 SK 사업 피해를 고려해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지만, 계속 불복한다면 원칙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돼 오히려 SK가 합의금 이상으로 물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 측은 현대차 코나 전기차 배터리 리콜 비용 부담과 SK와의 합의는 별개 사안이라면서, 합의금 총액 수준이 근접한다면 현금·지분·로열티 등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SK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10일 나온 ITC 최종 결정에 대해 리뷰를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 결정 후 6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를, LG에너지솔루션은 ITC 결정을 번복하지 말 것을 각각 요청하고 있다. 현재 합의와 관련해서 진전은 없다고 양사는 밝혔다.

 

ITC 최종 의견서 공개에도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공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양사의 주가는 엇갈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는 현대차 코나 전기차 리콜 비용 합의, ITC 최종 의견서 공개와 미국 추가 투자 계획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전날보다 4.51% 상승한 90만4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보다 4.55% 하락한 25만2천원으로 마감했다.

김영신 기자 shiny@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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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림 기자 admin@go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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