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나흘간의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
신 수석의 진퇴에 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은 알려지지 않아 또 다른 시선을 낳고 있다.
신 수석이 유임되면서 무난한 봉합을 이루는 모양새로 상황이 정리되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결국은 민정수석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한발 물러선 신현수…'레임덕 우려' 文정부 부담 의식한 듯
나흘간 휴가를 내고 거취를 고민한 신 수석은 이날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시선이 신 수석에게 쏠렸으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전방만 응시했다고 한다.
'무조건 사퇴'를 고수하던 신 수석이 이처럼 한발 물러선 것은 이번 사안이 문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으로까지 연결되는 등 생각보다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20년 지기'로 알려진 자신이 항명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결정권을 문 대통령에게 넘기면서 상처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여권 고위급 인사들이 지속적인 설득 작업을 펼친 것 역시 심경 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
◇ "이대로 유임될 것" vs "靑 개편 움직임 속 교체될 것"
정작 청와대는 신 수석이 계속 자리를 지킬지 교체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해왔다는 점에서 일단 유임되리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신 수석이 복귀하며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신 수석이 휴가 중에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해 협의를 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신 수석에 대한 재신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자신의 리더십이 상처를 받았다는 점, 민정수석실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 등에서 문 대통령이 과감한 교체 카드로 분위기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비서관, 반부패비서관의 사의 소식이 이미 알려지는 등 민정라인을 중심으로 한 비서실 개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신 수석의 거취도 여기에 연동되리라는 추측도 있다.
'내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체의 시기만 잠시 늦춘 것일 뿐, 결국은 교체되리라는 해석이다.
◇ 靑-檢 대립 재부상 후유증…봉합은 여전히 난제
신 수석의 거취와 별개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다시 한번 부상했다는 점은 문 대통령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뿌리깊은 대립 구도를 해소하지 않고는 당장의 사의 파동이 일단락되더라도 언제든 갈등이 다시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민생·경제를 앞세워 임기 후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사태'의 재연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일로 내상을 입은 민정수석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앞으로의 청-검 갈등 조율도 쉽지 않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형섭 박경준 기자<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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