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자영업자 영업손실 보상 등을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는 가운데 그 재원 마련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국채 직접 인수가 거론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명분에는 이견이 없지만, 한은을 무제한 '돈 찍기'에 동원하면 국가채무 급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계층 보상을 위한 법 재개정안들이 최근 수 건 발의됐다.
이 가운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은 전년 같은 기간 매출액과 비교해 그 손실 차액의 70%(집합금지), 60%(영업 제한), 50%(일반 업종)를 지원하는 법이다. 민 의원은 월 24조7천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지원 기간을 4개월로 가정하면 총 98조8천억이 들어간다.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은이 발행시장에서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다. 매입 금액은 정부에 이관 후 소상공인 등에게 지급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퇴치를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집합 제한 및 금지 업체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손실 보상 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정확한 재원 마련 방안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여기에도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병 재난에 따른 손실 보상 및 피해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재원 마련 방법으로 특별재난연대 목적세 신설과 '무이자 특별재난국채' 발행을 들었다. 한은이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피해 대응을 위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한은의 발권력을 활용하는 것은 당분간 어쩔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부작용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까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한은의 국채 직접 매입 방안이 지속 가능할지는 의심해야 한다"며 "향후에도 그런 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국채를 매입하면 결국 국가 채무가 늘어난다"며 "최근 백신 접종도 느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아지는데, 오랜 기간 활용할 수는 없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적자 국채 발행 방식으로 돈을 빌리면 특히 채권 시장에 부담이 된다"며 "한마디로 시중금리, 채권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기준이 되는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등 여러 가지 수반된 금리도 오른다"며 "일반 국민들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오래 가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77년 32%에서 2019년 220%로 치솟았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해서 국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정부 부채는 매우 많아지고, 정부는 재정 지출의 많은 부분을 국채 이자 내는 데 써야 한다"며 "우리가 일본화를 상당히 경계하는데, 그렇게 가기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호경 성서호 기자soho@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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