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참담한 결과를 남기고 있는 사람들"... 사회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이 만들다
권순활 (언론인)
1.
문재인 정권이 지난 2019년 이순신 장군과 죽창가까지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부추긴 반일 정책은 결국 한국이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잃은 것 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태산명동 서일필의 초라한 결과로 끝났다. 이 외교참사의 후유증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위 징용공 판결과 관련해 일본기업 자산 강제압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물러서면서 사실상 법원의 협조를 요구했다.박근혜 정부에서 일본 정부와 체결한 위안부 합의를 인정한다고도 했다.한일 양국이 어렵게 타결한 위안부 합의를 마치 매국행위라도 한 듯이 몰아붙이고 이른바 사법농단 운운하던 그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나.
2.
문재인은 이보다 나흘 전인 14일에는 한국을 떠나는 주한 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는 "한일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파트너"라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조기에 복원해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문재인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2019년 8월 2일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정신승리적 호언장담’을 내놓기도 했다.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런 주장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했던가.
3.
2019년 상황과 비교해 문재인 정권은 기세등등하던 반일 캠페인에서 꼬리를 확 내리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달라졌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한국에 양보한 것이 없다.애당초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얼치기 주장을 하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국가적 망신만 더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이 바보같은 짓들이 동경특파원 출신인 필자를 포함해 일본에서 근무하거나 연구한 경험이 있는 외교관이나 주재원, 학자 등 일본 사회를 다른 한국인들보다는 조금은 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려한대로 한일 관계의 틀이 종전보다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일본이 국력 차이에 비해 한국에 한 수 접어줘야 했던 <도덕적 부채의식>을 없애버린 것은 문재인 정권의 크나큰 역사적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다.이와 관련해 한일 외교갈등이 절정에 달하던 2019년 8월 필자의 칼럼 중 일부 내용을 인용한다.(전략)
4.
문재인 정권은 출범 직후 박근혜 정권에서 어렵게 합의한 옛 종군위안부 관련 한일 정부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사실상 파기했다. 작년 10월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징용노동자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최종판결을 내렸고 이어 일본 기업들에 대한 자산 압류 판결이 속속 나왔다.
징용노동자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맺어진 부속 협정인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포함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2012년 5월 김능환 당시 대법관이 주심인 대법원 소부가 징용노동자의 대일 청구권이 있다며 파기환송한 뒤 이 사안의 국제적 심각성을 고려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늦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사법거래에 따른 적폐’로 규정해 구속했다.
이같은 공포 분위기에서 작년 10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한일 수교를 근본적으로 뒤집지 않는 한 국가간 공식약속인 청구권 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더구나 자국 기업의 재산까지 압류하려하는데 어느 나라 정부가 가만히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5.
더구나 문 정권은 이 판결에 대해 일본이 요구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양자간 협의나 제3자 중재위원회 설치 등 분쟁해결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했다. 청구권 협정에는 분쟁 발생시 해결절차가 명백히 규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일본의 경제적 보복조치가 지나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때 국제사회에서 이번 한일 분쟁에 대해 한국의 편을 들어줄 국가는 거의 찾기 어려울 것이다.(중략)
한일 양국이 강(强)대 강(强)의 대결로 치달으면 한국이 반격할 수 있는 카드보다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카드가 훨씬 다양하고 위력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도 일본을 수출입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식으로 나왔지만 한국의 수출입 규제가 일본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관광 자제 등의 효과도 떠들썩하긴 하지만 그리 대단하지 않다.
반면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한(對韓) 송금 규제나 비자발급 제한 등은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크다. 더구나 국제 금융계와 신용평가기관에 영향력이 큰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손보겠다고 작심하면 한국 금융시장 충격은 물론이고 주요 기업과 심지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실정(失政)으로 경제의 거의 전 분야에서 빨간불이 켜진 한국이 입을 타격은 일본이 경험할 타격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중략)
6.
이번 갈등 국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본이 종전과 달리 한국에 대해 정면으로 받아치기 시작한 점이다. 과거 한일간 마찰이 있을 때는 일본은 큰 국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대체로 한 수 접어두고 ‘낮은 자세’를 보이곤 했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 때는 물론이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그랬다.
일본 내에서 어쨌든 과거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 부채의식’이 있었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일본 내에도 가해와 침략의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고 정당화하는 극우 성향의 강성 국수주의적 세력이 일부 존재하지만 주류적 흐름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한일 청구권 협정 뒤집기와 그 후속조치인 일본 기업 자산 압류조치로 한국에 비교적 우호적이던 일본인들조차 한국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특수한 역사적 관계를 지닌 이웃나라 한국을 국력에 비해 특별예우하던 지금까지의 암묵적 관례는 깨어지고 일본 사회 전반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7.
한국 정부는 이번에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기 어려운 억지를 내세워 사실상 일본에 먼저 도발을 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으며 그 뒷감당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한없이 저자세를 보이는 문재인 급진좌파 정권이 부추긴 맹목적 반일정책은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지켜온 도덕적 부채의식을 벗어던지게 만드는 심각한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그렇다고 문 정권이 일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과거 보였던 사과나 양보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만 죽어날 것이다. 도대체 2019년 현재 북한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 한국에 더 위협적인 존재인가. 대한민국의 국익에 치명적 해악을 미친 현직 대통령 문재인을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 글쓴이: 권순활(언론인)
- 출처: 페이스북, 20201. 1. 16
- 출처: Alex Knight @Un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