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조선일보>의 ‘최보식 선임기자’가 서강대 최진석 철학과 명예교수와
가진 인터뷰를 다른 적이 있다.
현직을 떠난 한 지식인이 관찰자 입장에서 한국 정치와 집권층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전망을 돕는 인터뷰였다.
2.
이번에는 1월 15일, <중앙일보>의 고정애 논설의원과 최진석 교수가 가진 인터뷰를 소개한다.
“민주화 세력의 자아도취가 나라 멈추게 했다”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고정애 논설위원: 이렇게 망가지게 된 것은) 결국 거짓말 때문인가?
최진석 명예교수: “그렇다. 말이 신뢰를 잃으면 정치가 신뢰를 잃는 것이고
삶에서 신뢰를 잃는 것이다.
삶에서 신뢰를 잃는 현상이 염치·수치심을 모르는 것이다.
말의 신뢰가 무너지는 걸 보고 큰일 났다 싶었다.
염치를 모르니 말을 해놓고 지키지 않고도 당당하다.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일치시킨다든지 검찰 장악을 검찰개혁이라고 부른다든지. 말이 길을 잃었다. 말이 길을 잃으면 정치가 길을 잃는다.”
"그렇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말도 결국은 생각에서 나온다. 처음부터 문정권은 나라를 어렵게 할 수 밖에 없다.
‘생각, 이념’ 등이 모두 현실과 유리되어 튀틀려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될 수 없다.
여기에다 사심이 눈을 가렸기 때문에 번번히 악수를 둔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상태에서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틀어지게 된다.
3.
고정애 논설위원: 현 집권 세력의 가장 큰 문제를 무엇이라고 보나.
최진석 명예교수: “대통령이 대통령이란 인식보다 진영의 대표자란 인식,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자란 인식보다 민족의 지도자란 인식을 한다. 무엇보다도, 국가·정치·민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모든 사물과 존재에는 고유기능이 있다.
“그 자리에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것을 깡끄리 무시하고 오로지 ‘장기집권’에 모든 초점을 맞추니까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진심이 사라지게 되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
백성을 위해야 하는 사람이 장기집권 하겠다고 나서니 어떻게
잘 될 ㅅ 있겠는가?
4.
고정애 논설위원: 진영의 대표자란 뭘 뜻하는 가?
최진석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한 국가, 두 국민으로 나뉜 지 오래다.
대통령이 한 국민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한쪽하고만 한다.
진영의 대표자란 인식이 강해서 반대세력을 제거하거나 소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삼아버린다.
상징적으로 나타난 게 대통령비서실장이 반대세력을 ‘살인자’라고 부른 거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권력을 잡은 다음엔 국가경영자로 변신해야 하는데
끝까지 정당·진영 대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국가경영에 실패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가능한 소멸되어야 할 대상 정도로 여기는 것이 공통점처럼 보였다
‘진영의 보스’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표현이다.
5.
고정애 논설위원: 민주화 세력이 집권했는데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한다.
최진석 명예교수: “민주화를 했다고 자처하는 세력이다. 사유의 수준이 높지 않아서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삶을 결정하는 시선의 높이가 자유나 민주를 느낄 정도로 높지 않으면 민주·자유보다는 현상적인 권력이 더 중요하게 보인다. 지적 성장이 잘 안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집권층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대략적으로 그들의 사유의 수준을 갸늠할 수 있다.
거칠고, 무례하고, 논리적 비약, 망무가내 표현들이 많다.
사용하는 언어 수준 내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다.
6.
고정애 논설위원: 이들을 두고 ‘갤럭시 S10을 들고 80년대 초반을 산다’고 한 적이 있다.
최진석 명예교수: “그렇다.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다. 지적으로 잘 성장하면 질문을 하고,
지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대답만 한다.
대답에 익숙하면 멈추고, 질문에 익숙하면 건너간다. 우리는 대답에 익숙해 있다.
이념가들은 한번 의지한 이념을 믿고 수호하는 데 빠져 있다. 건너가는 걸 변화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변절로 생각한다. 진실하게 산다는 도덕적 확신과 자아도취에 빠져 자신들의 멈춘 의식으로 나라를 멈추게 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내가 아는 것은 너무 적다
여기서 지적 겸손과 인간적 겸손이 나온다. 겸손이 지배하면 잘 될 수 밖에 없다. 현장과 전문가들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결국 586세대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7.
최정애 논설위원: 과거가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다. 우린 왜 과거에 갇혀 있나.
최진석 명예교수: “우리 사회는 질문은 거의 없고 대답이 팽배하다. 대답에서는 이미 있는 지식과 이론의 원래 모습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모습이 시제론 과거다.
결국, 대답은 과거를 따지는 일이 된다. 그래서 대답에 익숙하도록 훈련된 인재들이 채우는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가 과거 논쟁으로 바뀐다.
과거를 한 점 오점 없이 해결해야 진실한 삶을 사는 느낌이 들도록 훈련된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과거 해결보다는 미래부터 열자고 하면 사이비로 치부된다. 하지만 과거를 살면 패배하고 미래를 살면 승리한다. 과거 문제는 미래의 완성도로만 해결된다. 미래는 안중 없이 과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계속 과거에 갇혀 있다. 적폐청산하면서 적폐가 되어가는 것이다.”
시야를 과거부터 지금까지에서 지금부터 미래로. 이렇게 전환하면 정말 과거의 많은 것들이 사소하고 부질 없는 것들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과거에 관대해질 수 있다.
결국 시각을 어디에 두는 가가 중요하다.
이 정권 들어서 모든 것이 과거에 맞추어져 있다.
이래선 안된다.
결국 한국의 문제는 생각의 문제다.
-출처: Benjamin Davies, @un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