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데드크로스'요? 놀라기는 했지만 제 개인의 삶에 위기감이 느껴지지는 않네요."(27세 직장인 윤소미씨)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봐요. 사회도, 경제도 전혀 청년층이 미래를 꿈꿀 만한 상황이 아닌데 마음 편히 아이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29세 취업준비생 김모씨)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며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하는 이 현상이 지난해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걸으며 당초 예상보다 발생이 앞당겨진 `인구 재앙'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막상 20·30대 청년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0명대 합계 출산율이 이어지면서 예견된 문제이기도 했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에 지금은 낮은 출산율을 걱정할 만한 여유가 없다고 청년들은 말한다.
◇ "치솟는 집값에 육아휴직하면 한직行…나 살기도 벅차"
서울 양천구에 사는 여성 직장인 윤소미(27)씨는 11일 현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나 역시 아이를 낳을 생각을 접은 지 오래됐다"고 털어놓았다.
윤씨는 "치솟는 집값 등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이지만 능력 있는 여자 선배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돌아오니 한직으로 밀려나고, 남성은 애초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이 내 미래가 된다면 두렵다"고 했다.
여성 대학원생 채모(29)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돌봄 공백'으로 여성들이 가정에서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니 데드크로스가 이렇게 빨리 나타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살기도 빠듯하고 벅찬데 평생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긴다는 게 많은 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청년들도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 치여 데드크로스 현상을 당장 큰 문제로 느끼지는 못한다.
회계사 홍지훈(30)씨는 "나도 그렇지만 주변을 보면 치열한 경쟁과 주거 문제로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을 준비할 때는 물론, 이후에도 청년들이 경쟁에 치이고 있는데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집 문제도 해결 못 했는데 출산하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 "정부 대책, 출산 가로막는 문제 해결에 초점 맞춰야"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갖가지 저출산 대책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윤소미씨는 "정부 대책은 늘 단기성 현금 지원 위주라 와닿지 않는다"며 "저출산에만 집중하는 대책이 아니라 출산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해 삶의 질 전반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지훈씨도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하기보다 단기적 대응만 하고 있다"며 "출산 이후 한동안 지급하는 돈 말고는 육아 기간을 고려한 지원도 없고, 자녀 세액공제도 둘째까지 1인당 15만원으로 아이를 낳으려는 유인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황인식(27)씨는 "단순 지원보다 안전한 사회와 경제 등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조건이 조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세상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말이 실제 선택으로 나타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여성 취업준비생 김모(29)씨도 "청년 실업자가 늘었고 내 집 마련도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는데 정부가 `낳으면 뭔가 주겠다'는 식의 대책을 아무리 내놓아 봐야 귀에 들어오겠냐"고 했다.
여성들은 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적 변화를 강조한다.
대학원생 채씨는 "출산과 육아를 개인, 특히 여성의 부담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출산율이 올라갈 수 없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돌봄 문제를 국가와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씨도 "사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한 여성이 핵심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많아 분위기가 다른 세종시의 출산율이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출산과 경력이 대립하는 상황을 10년 전에도 지적받은 것 같은데 아직 해결되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성호 장우리 기자 sh@yna.co.kr,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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