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출을 내서라도 '매출 절벽'을 버텨온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임차료 등 가게를 운영하는 데 드는 고정 비용과 대출 원리금은 쌓여만 가는데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해서다.
11일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폐업을 결심했다거나 폐업 후 대출 상환 절차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버텼는데 차라리 대출받지 말고 그때 접을 걸 그랬다', '장사가 안돼도 대출 갚을 돈이 없어서 폐업을 못 하겠다'는 푸념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소상공인을 위한 신규 대출을 공급하고 전 금융권 만기 연장·이자 유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소상공인을 지원해왔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일시적 변수 때문에 건실한 경제주체가 사업을 접고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금융지원에도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느는 양상이다.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다 보니 결국 폐업을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작년 3월 31일 이전에 받은 대출에만 적용된다.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고 받아두었던 기존 대출은 만기 연장·이자 유예 대상이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한 뒤 매출 부진 등을 만회하기 위해 새롭게 받은 사업자 대출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소상공인 1차 금융지원 가운데 지난해 4월 1일부터 공급된 시중은행 이차보전대출만 해도 대출 기간이 1년이어서 수개월 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지금까지는 이자만 내면 됐지만 머지않아 원금을 갚거나 금리가 더 높은 다른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상태이거나 폐업을 했을 때도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를 신청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폐업이 증가하면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초기에 버틸 생각으로 빌렸던 사업·생계자금 대출이 위험(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리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고 지연되더라도 갚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실 이연에 대한 우려, 대출 건전성 관리 등 측면을 고려하면 만기 연장·이자 유예 가이드라인 적용 범위를 일괄적으로 넓히기는 어렵고,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보완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채무자가 폐업 6개월 내, 연체 일수 30일 이하 상황에서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속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6개월간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고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단,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등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을 통해 이뤄진 대출은 일정 기간 연체가 발생해 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후에만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폐업 시 대출금을 한 번에 상환해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사업자 대출은 사업 영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대출 조건에 따라 폐업 시 회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사업자 대출상품이 폐업 시 회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은 각자 대출받은 금융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같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이라도 은행에 따라 폐업 시 회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폐업과 무관하게 연체가 발생했을 때만 대출을 회수하는 은행도 있고, 폐업하면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유예해주는 곳도 있다.
김다혜 기자 moment@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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