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이르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하원 표결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상원 통과가 불투명한 데다 시점상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맞물려 있어 소추안이 통과돼도 상원 송부는 몇 달간 늦추는 단계적 대응론이 제안됐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하원이 이번 주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아마 화요일(12일)이나 수요일(13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5명의 사망자를 낸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건 이후 선동 책임론을 물어 탄핵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소 195명의 민주당 하원 의원이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민주당 테드 리우 의원은 11일 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9일 소속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주 워싱턴 복귀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8일에는 하원 운영위에 탄핵 사안을 추진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탄핵소추안 통과 요건은 하원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은 435석 중 과반인 222석을 차지해 통과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임기를 불과 10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완성하려면 상원 문턱까지 넘어야 하지만 이를 담보할 수 없다.
상원 의결 정족수는 100석 중 3분의 2 이상인 최소 67명의 찬성이다. 현재 의석은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50석, 공화당이 50석이다.
민주당이 모두 찬성해도 공화당에서 추가로 17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 이탈표가 나온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더욱이 오는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예정돼 있어 자칫 임기 출발점부터 트럼프 탄핵 문제로 여야가 대치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어젠다가 묻혀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9일까지 상원이 재소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이 소추안을 통과시켜도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 이후에나 상원 심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미국을 더 분열시킬 뿐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8일 탄핵 추진은 의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가장 빠른 길은 우리가 20일에 취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적 제약을 고려할 때 탄핵이 힘들지 않겠냐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하원이 소추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에 넘기는 시기를 조정하자는 단계적 대응론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하원을 통과한 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바이든 취임 후 100일까지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주의 분산 없이 임기 초 의제를 실행할 시간을 확보하고, 당면 현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예산안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공화당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의장이 의원들에게 행동을 취할 준비를 하라고 말했지만, 공식적으로 탄핵 추진을 결정하진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도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의원들의 압력에 직면했지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하원의 소추안 가결 후 상원 지연 송부 방안에 대해 궁극적으로 펠로시 의장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지복 특파원jbryoo@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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