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1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낙점됨에 따라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정작 아무런 공직을 맡지 못하고 야인으로 남을 전망이다.
대선 승리를 일군 '개국공신'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한 번쯤은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청와대와 거리를 둔 모양새가 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풍파를 함께 이겨낸 최측근을 활용해 국정을 운영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해온 전례에 비춰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직후 국내에 머무를 경우 행여나 제기될 수 있는 '비선 실세' 논란을 차단하고자 지인들에게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미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던 양 전 원장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여당의 압승을 견인해내자 정치권에서는 그의 청와대 입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수 차례 양 전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국정 현안 등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끝내 곁을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양 전 원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른바 '삼철'을 전면 배치하는 데 따르는 부담감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전 장관을 이번에 내각으로 불러들인 상황에서 양 전 원장까지 비서실장에 앉힌다면 그 부담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과 함께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이호철 전 수석도 같은 이유로 청와대 입성 가능성과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으로선 임기말 가장 신뢰하는 창업 동지들을 곁에 두고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려 했던 과거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권 2인자로 불린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낙점했고,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용태 내무부 장관을 이른바 청와대 '순장조'의 리더로 삼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TK) 라인의 핵심이었던 김윤환 정무수석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역시 TK 출신인 정해창 법무장관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부산 출신으로 '왕(王)수석'으로 통했던 문 대통령을 비서실장으로 두고 임기를 마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하금열 SBS 상임고문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호남 출신으로서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다만 김계원을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임기말 대통령의 측근 의존이 부작용을 낳은 경우도 없지 않았다.
원조친노로 불리는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불러주지 않아 못 갔다느니 이런저런 설이 많지만 이호철은 자연인이고 양정철은 스타일리스트라는 걸 알아야 한다"라며 "두 사람 성정이 구질구질하게 비치는 걸 싫어해서 안 간 걸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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