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만큼이나 경제 엄동설한, 내년초 시계 제로

  • 등록 2021.01.01 02: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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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소비 위축에 체감경기 악화…소상공인 고통 가중

이번 연말연시에는 실물 경제에 관한 한 희망을 얘기하기 힘들 것 같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체감 경기가 엄동설한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백신 발 경제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반도체 수출과 증시·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전월(-0.1%)의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0.7% 증가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생산은 8.8% 감소했으나 전월 마이너스였던 반도체 생산은 7.2% 늘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서비스업인 금융·보험 생산이 4.6% 신장하고, 부동산 부문 생산도 3.3% 증가했다.

 

하지만 민생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줄어 2개월째 감소세였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숙박·음식업(-2.7%), 보건·사회복지(-0.8%), 도소매(-0.3%) 등에 타격이 집중됐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각각 올라 두 지수가 6개월째 동반 상승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

 

실물 경제를 끌어야 할 기업 체감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의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달 경영상황을 보여주는 업황 실적 BSI 지수는 75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내년 1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 지수는 70으로 이달 전망지수(76)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BSI가 100을 크게 밑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판단과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내년 1월 경기 전망은 더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내년 첫 달 경기 전망지수(SBHI)는 65.0으로 이달보다 7.0포인트 하락했다.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를 위축시켰다.

 

방역 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1∼27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나 격감했다. 수도권에서 영업이 제한된 카페, 식당 등이 포함된 음식업종 매출은 66%, 집합금지 업종인 학원이 포함된 교육, 여행 업종의 매출은 64% 각각 급전직하했다. 연말연시 특수는커녕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이들과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재정 영끌을 통해 9조3천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자, 택시기사 등 취약계층 580만명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받는다. 이는 민생 구제인 동시에 소비 부양책이기도 하다. 설 전인 내년 1월에 돈이 풀리는데 속도감 있게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 절벽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전망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지만, 이는 코로나가 올겨울 확산한 뒤 내년 중후반 이후엔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코로나 재확산의 경제 충격을 반영해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백신 도입 전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에서 관리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4%이지만 일평균 확진자가 1천200명 수준으로 확산할 경우 성장률은 0%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방역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0일 브리핑에서 "3차 유행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증가 추세는 억제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뚜렷한 감소세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1천 명 선을 넘나드는 코로나 확산세를 조기에 진압한다면 경제 회복은 탄력이 붙을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루하게 내년 봄으로 이어질 경우 전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김종현 기자 kimjh@yna.co.k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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