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차출론'에 전공의들 반발…"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2020.12.14 23:32:49

"전공의 업무 이미 과중…의사와 연대 깨뜨린 발언 사과해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올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고 응시 대상자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토사구팽"이라며 "의대생 국시를 면제하고 (이들을)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차라리 의대생의 국가고시를 면제하고, 이들을 코로나 방역 현장에 투입하라는 입장이다. 전공의는 대학 졸업 후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으로 불리며 수련 받는 의사로, 레지던트 과정이 끝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시험에 응시한다.

대전협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올해 6월 1일 기준 의료지원인력 3천819명 중 1천790명은 의사로, 간호사·간호조무사 1천563명보다 많았다"며 "이는 코로나19에서 의사들이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과 같다"며 "일부 국립대학병원에 속한 전공의들은 코로나 병동 업무도 맡으며 과중한 업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는 대신 3·4년차 전공의들을 차출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은 시험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시험이 5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이 없는 현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도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의 코로나 방역 투입을 원한다면 정부는 의사와의 신뢰와 연대를 깨뜨렸던 이전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며 "코로나 대응 인력 보충을 위해 의대생 국시 면제 및 코로나 방역 투입을 고려하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 때로, 대통령이 앞장서서 ‘편가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34개 병원 전공의 대표자들도 보도자료를 내고 "전체 의료진의 수가 늘지 않고, 예정된 인원이 배출되지 않을 현 상황에서 전공의 동원은 단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전문의 시험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전공의 책무 중 한 가지인 수련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며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전공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소속 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소리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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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 Lee 기자 hoon.lee@go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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