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시간 넘게 이어졌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가 13일 범여권의 압도적인 의석수에 가로막혀 강제종료됐다.
의석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강제종료의 정족수를 가까스로 채울 수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10분께 박병석 국회의장은 무제한 토론 중이던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토론중단을 요청하고, 강제종료 표결을 선언했다.
약 4시간 33분째 발언하던 윤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의) 문제점이 뭐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시고, 머리를 맞대서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며 단상을 내려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먹인사' 등으로 윤 의원을 격려한 뒤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강제종료에 필요한 '찬성 180표 이상'을 확신하기 어려운 민주당으로선 막판까지 '표단속'에 힘을 기울였다.
자당 의석 174석에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과 열린민주당, 시대전환·기본소득당까지 동원해 181석을 모았지만, 일부 무효표가 나온다면 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결 직전, 비대면 화상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에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찬성표가 무효로 처리되지 않도록 무기명 투표 방법에 대해서도 "추가로 점을 찍으면 무효표가 된다" "아예 한자를 쓰지 말아라" 등 상세히 안내했다고 한다.
본회의의 무기명투표는 투표용지에 한글 또는 한자로 '가·부'(可·否)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동그라미(○)·엑스(Ⅹ)자로 표시하면 안 되고, 문장부호만 추가해도 무효표가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약 40분간 이어진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80표로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를 위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3·180석)를 아슬아슬하게 채웠다.
이로써 사흘 전 10일 오후 3시께 이철규 의원부터 시작된 약 60여 시간의 무제한 토론은 즉시 종료됐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필리버스터가 표결에 의해 강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제중단 표결 후 취재진에게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 야당의 입까지 틀어막는 난폭한 일을 했다"며 "호기롭게 해보라더니 불리한 상황이 나오자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내세웠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자 '국정원법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석의원 187명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주 원내대표는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의 이중대일 뿐 도저히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 태도를 갖고 있지 않은 정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다음 안건인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다시 돌입했다.
첫 주자는 탈북인 출신인 태영호 의원이었다.
태 의원이 토론을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발언을 준비하던 태 의원은 박 의장마저 퇴장한 것으로 착각했다가 박 의장이 "토론을 시작하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과) 같이 나가신 줄 알았다"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태 의원이 토론을 시작한 지 약 5분 후 박 의장은 민주당이 '토론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후인 오는 14일 저녁 이후 토론종결을 위한 표결이 한번 더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전명훈 이동환 기자 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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