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파티하고 글뤼바인 마시다 완전봉쇄 직면한 독일

  • 등록 2020.12.09 19: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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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째 부분봉쇄에도 코로나19 확산 이어져…메르켈 "이대로 겨울 못난다"

 

"1시간 반 만에 글뤼바인 넉 잔 마셨어", "내일 힘들어. 그만 마셔"

 

7일(현지시간) 오후 6시반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도심에 있는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글뤼바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이들이 가득했다.

 

글뤼바인은 와인에 향신료와 과일 등을 넣고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 와인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인기 음료다.

 

성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던 예년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드문드문 설치된 판매대에는 "테이크아웃만 됩니다"라는 표지판이 내걸렸지만, 커리부어스트와 구운 아몬드, 츄러스 등 먹거리뿐만 아니라 맥주와 글뤼바인도 팔았다.

 

시민들은 술잔과 먹거리를 들고 두 명부터 대여섯 명까지 끼리끼리 모여 서로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먹고 마시면서 밀린 얘기까지 나누느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광장을 지나 이어지는 베를린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인 쿠어퓨어스텐담의 와인바 페트로첼리 앞에도 삼삼오오 모여 글뤼바인과 와인,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이들이 가득했다.

 

글뤼바인을 사기 위해 줄을 선 50대 남성은 친구에게 코로나19 방역 조처와 관련한 농담을 하는 중이었다. 독일은 현재 부분봉쇄령이 내려져 2가구 5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있다.

 

"차 안에서 세 명이 맥주를 먹고 있는데 경찰이 단속하러 왔어. 근데 아무도 연행하지 못했대. 서로 다른 가구 소속이었기 때문이야.", "하하하"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지난 주말 베를린 대표적 쇼핑명소인 쿠어퓨어스텐담과 프리드리히가, 알렉산더광장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온 쇼핑객들로 가득했다. 할인율이 50% 내지 70%로 높은 상점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베를린의 주택가에서 주말에 40여 명이 모여 술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파티를 열었다가 경찰이 단속을 나오자 지붕 위로 도망가려 시도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 6일 오전 4시께 베를린 리히텐베르크의 한 주택에서는 40여명이 불법 노래방 시설과 바를 설치하고 파티를 즐기다 이웃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된 것. 파티 참석자 중 일부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지붕을 넘어 도망가려고 시도했다. 파티에 참석한 남성 24명과 여성 17명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독일 타게스슈피겔은 전했다.

 

과도한 글뤼바인과 쇼핑, 파티 탓인지 유럽내 방역모범국으로 분류됐던 독일이 가을 들어 코로나19 2차 파동을 맞아 6주째 부분봉쇄에 돌입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독일은 가을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지난 10월 22일 처음 1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세를 보이자 열흘만인 지난달 2일 부분봉쇄에 돌입했다.

 

호텔 등 숙박업소는 여행객을 받을 수 없고 박물관과 극장, 영화관 등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의 운영이 중단됐다. 레스토랑은 방문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고, 상점은 손님을 10㎡당 1명씩만 받을 수 있다.

 

사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2개 가구 10명으로 제한됐다. 이런 부분봉쇄 조처는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됐고, 이달부터는 사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5명으로 제한되는 등 조처가 강화됐다.

 

 

부분봉쇄 조처가 6주째 이어졌지만, 독일내 코로나19는 속수무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소폭이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고, 하루 사망자수는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20일 독일의 하루 신규 확진자수는 2만3천648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2일에는 하루 사망자가 478명을 기록해 역대 가장 많았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집계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사망자는 423명,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1만4천54명 늘었다. 전주보다 사망자는 35명, 신규확진자는 450명 늘었다.

 

지난 10월 30일 완전봉쇄에 돌입했던 프랑스의 신규 확진자수는 하루 최대 8만7천명까지 상승했다가 1만명대로 내려갔고, 역시 완전봉쇄에 돌입했던 벨기에도 신규확진자수가 하루 2만명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천~2천명 수준으로 내려간 것과 대조적이다.

 

카를 라우터바흐 사회민주당(SPD) 보건전문가는 "지금까지 부분봉쇄는 기하급수적인 코로나19 확산은 멈춰 세웠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상황에서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면서 "독일 전체적으로 방역조처를 강화하지 않으면 1월 말까지 사망자가 추가로 2만5천명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은 당초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도입하려 했던 부분봉쇄 완화 조처를 철회하고, 더 강력한 방역 조처를 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현재 방역조처 아래 희망이라는 신조만 갖고는 이번 겨울을 날 수 없다"면서 부분봉쇄보다 강력한 방역조처 도입을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주 내 16개 주지사와 화상회의를 열어 방역조처 강화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더 강력한 방역을 향한 독일의 뒤늦은 선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안되길 기원한다.

 

yulsid@yna.co.kr(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2/09 07: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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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info@az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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