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퇴보 현상이 심상치 않다.
민주주의 후퇴가 두드러진 대표적 지역은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이다.
10월 서아프리카 기니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대통령의 3선 연임 논란 속에 연이어 선거가 그대로 강행됐다.
결과는 똑같이 현직 대통령이 야권의 '부정선거' 반발과 보이콧 속에 압승했다.
둘 다 주로 정부와 여당의 선거폭력으로 수십 명가량 사망했다.
기니의 알파 콩데 대통령이 먼저 연임제한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다시 출마하는 선례를 만들었고, 그 뒤를 비슷하게 코트디부아르의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이 따랐다.
서아프리카는 대통령 임기제가 나름 잘 정착된 곳으로 평가받던 모범 지역이었다가 퇴행하는 곳이 됐다.
그보다 앞서 말리에선 그동안 서아프리카에서 과거 유물로 여겨진 쿠데타가 지난 8월 발생해 군부 인사들이 내각에서 주요 장관직을 차지한 사실상 '준(準)군사정부'가 과도정부로서 구성됐다.
서아프리카에서 또 문제가 된 나라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 나이지리아다.
올해 미국에서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를 연상시키는 경찰 가혹행위 항의 시위가 10월 초부터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경제중심 라고스의 레키 톨게이트에서 비무장 평화 시위대에 대해 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무차별 발포로 최소 12명이 숨지는 등 시위 와중에 69명이 사망했다.
이후 군부 출신인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군 책임론을 언급조차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부하리 대통령의 경찰 개혁 약속 등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시위대 자금줄을 조사하는 반동적 행태도 이후에 불거졌다.
서아프리카 맞은편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선 나이지리아에 이어 제2의 인구 대국인 에티오피아가 문제다.
숙적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 체결, 반체제 인사 석방 등 일련의 정치개혁 등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탄 아프리카 최연소 지도자 아비 아머드(44) 총리는 중앙정부와 대립한 티그라이 주 정부에 대한 '진압' 군사작전을 11월 초부터 벌였다.
그는 한달 가까운 교전 끝에 승리를 선언했지만 티그라이 반군에 의한 장기 게릴라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앞서 아프리카 주변국과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상을 줬던 노벨위원회까지 이례적으로 휴전과 평화협상을 촉구했지만, 그는 '내정 문제'라면서 아랑곳하지 않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모 이브라힘 재단이 발표한 '아프리카 거버넌스(협치·선정) 지수(IIAG) 보고서에서 2019년 아프리카 전역에서 거버넌스 발전이 10년만에 처음으로 둔화된 가운데 에티오피아만 예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진전된 나라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충격이 더 크다.
더욱이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개발원조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원조를 하는 '대륙의 전략적 동반자 국가'이다.
동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35년째 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다시 내년 초 5년 임기의 대선에 출마하는 가운데 팝스타 출신 정치인 보비 와인 야당 대선후보를 구금한 후 연이은 시위로 지난달 54명이 숨지고 800명 넘게 체포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최악의 소요 사태로, 와인 후보는 기소후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탄자니아에선 이달 초 존 마구풀리 대통령이 역시 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선에 성공한 뒤 시민불복종 시위를 호소한 야당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퇴행은 소위 지난 '트럼프 시대'에 국수주의 발흥, 중국과 러시아 지도자의 종신 집권 획책 등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단, 대륙 본토와 달리 동아프리카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에선 최근 43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의 본을 보였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사태로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더 이상 서구식 민주주의 모델에 의존하지 말고 아프리카에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현지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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