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 의뢰로 맞불을 놨다.
윤 총장의 소송에 이어 추 장관의 윤 총장의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와 수사 의뢰 등이 숨 가쁘게 교차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사찰' 표현은 프레임"…尹, 9페이지 내부 문건 공개
윤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변호사는 26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제기한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된 대검 내부 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총 9페이지다. 제목 우측 하단에 적힌 `20.2.26'은 문서가 보고된 날짜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표 형태로 작성됐고 법관의 출신 고교, 대학,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됐다.
주요 판결 항목에는 사건별 선고 형량 등 재판 결과와 간단한 사건 요지가 기록됐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 주로 나열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생존자 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 2차 책임까지 인정'. `농민 유족 살수차 경찰관 배상책임 인정' 등 일부 사건 판결 내용은 밑줄로 강조가 됐다.
◇ 세평 항목에 `우리법연구회·물의 야기 법관' 내용 적시
세평 항목에는 일관된 형식 없이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 등 논란이 된 내용은 대부분 세평 항목에 적시됐다.
이는 각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 판사에 대한 세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존재감이 없다",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 "보여주기식 (재판) 진행 원해" 등 작성자의 주관적인 평가도 가감 없이 담겼다.
`법관 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 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 시부터 농구 실력으로 유명' 등 재판과 무관한 개인적인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이완규 변호사는 "이 문건으로 마치 검찰이 법원을 사찰하는 부도덕한 집단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을 우려했다"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개인정보가 있다고 해서 업무자료를 다 사찰이라고 보면 사찰이라는 말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사찰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프레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건과 관련해 "법관 사찰이 언급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수사나 징계 등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추미애, 윤석열 직권남용으로 수사의뢰…사찰 의혹 `정조준'
추 장관은 윤 총장 측이 내부 문건을 공개한 지 약 2시간 만에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대검에 전격 수사 의뢰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추 장관은 대검 내부 문건은 `범죄행위로서의 사찰'이며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감찰, 징계청구, 직무정지에 이어 수사의뢰까지 윤 총장을 겨냥한 추 장관의 포위망이 갈수록 확대되는 모양새다.
윤 총장 측은 일단 추 장관의 압박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직무정지 집행정지 재판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추 장관의 직무정지 처분이 법이 보장한 총장의 임기를 무력화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최대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 내주 징계위·집행정지 재판 동시 개최될 듯
윤 총장 측은 직무배제 하루만인 전날 밤 서울행정법원에 온라인으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본안인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3페이지 분량의 입장문도 함께 공개했다. 법무부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부정확한 보도가 많아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윤 총장 측은 설명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께 윤 총장 측에 내달 2일 검사징계위원회 출석 통지를 지시했다.
통상 관례에 비춰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 재판은 다음 주 중 법무부 징계위원회 전후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직무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이 바로 총장직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징계 수위에 따라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내주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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