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필요한 절차에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방총무청(GSA)도 바이든 당선인 측에 정권인수 절차 개시에 준비돼 있다고 통지해 바이든의 정권인수가 공식 시작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 업무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 7일 대선 패배 보도가 나온 후 16일 만이다. 대선일인 지난 3일 기준으로는 2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자신이 연방총무청(GSA) 등에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에밀리 (머피) GSA 청장과 그녀의 팀이 초기 절차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나의 팀에도 같은 일을 하도록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 등을 벌이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필요한 절차에 협조하지 말도록 한 상태였다.
통상 GSA가 대선 후 특정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고 곧바로 물적, 인적 지원에 나서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차단해 이 과정이 진행되지 못했다.
머피 청장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인수인계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내 연방 자원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통지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위협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이번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뤄졌고 백악관 등 행정부 내 누구로부터도 직간접적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썼다. 자신이 협력을 권고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온도차가 있는 설명이다.
머피 청장은 자신의 결정이 늦어지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관련법에 승자 선언 절차나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내년 1월 20일 취임식 때까지 정권 인수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사무실 지원을 받고, 정기적인 국가안보 브리핑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인수위원회 측은 성명을 내고 "머피 청장이 바이든 당선인을 분명한 선거 승리자로 확인한 것"이라며 필요한 조치라고 환영한 뒤 앞으로 연방 당국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분명한 승자라고 GSA가 확인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도 "GSA가 바이든을 승리자로 공식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 지시는 지난 20일 조지아주에 이어 이날 미시간주까지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개표 결과를 인증하는 등 핵심 경합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선언이 잇따르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과 별개로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선 패배 인정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다.
그는 트윗에서 "우리의 (대선 개표 결과에 대한) 소송은 강력하게 계속된다. 우리는 계속 잘 싸울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외신은 패색이 짙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이제껏 가장 분명한 용어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선거 결과 인정을 거부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로 자리매김한 트윗"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김용래 기자 jbry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본 채널은 VOA 뉴스와 연합뉴스와 콘텐츠 이용계약을 맺었으며, VOA 뉴스와 연합뉴스 콘텐츠는 본 채널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