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국내 1, 2위를 합친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톱10'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한다"며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거래 내용을 보면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한다. 5천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천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진칼은 이 8천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2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천317억원으로 주식 취득 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 29.2%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3월 13일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천억원을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 신주 1조5천억원을 인수한다. 주식 취득 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대한항공은 또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3천억원을 인수한다.
산은은 또 양사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3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에 대해 단계적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산은은 설명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상승한다.
인천공항 슬롯(항공기 이착륙률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협력 확대, 신규 노선 개발, 해외 환승수요 등을 통해 외형 성장과 규모의 경제 실현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노선 운용 합리화와 운영비용 절감, 이자비용 축소 등 통합 시너지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통합을 신속히 추진하되 통합과정에서 고용안정 등 현안들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 방안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고심하던 중 나온 고육지책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2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인수·통합을 1, 2위 모두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앞서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조원태 회장은 KCGI 측과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전날에 이어 이날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 재료가 사라졌다는 인식에 하락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또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선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하다.
공정위가 제주항-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생 불가능한 회사를 살리고자 국책은행인 산은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점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연숙 기자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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