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오늘(4일)로 꼭 4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재단 출범이나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 핵심 조항의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법률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4일 북한인권법 시행 4주년을 맞아 “해당 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현재 한국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이 처음 발의한 후 10년 넘게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2016년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대북정책의 방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한 북한인권재단 출범, 북한인권과 관련한 국제적 협력을 위한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여당 추천 5명, 야당 추천 5명, 그리고 통일부 장관 추천 2명 등 모두 12명의 이사를 뽑도록 돼 있지만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재단 출범을 위해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당의 재단 이사 추천을 공문으로 요청해 달라는 야당 의원의 주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지난번에 결산토의 하는 과정에서 그런 주문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고요, 저도 사안 자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니까 검토 결과 나오는 대로 의원님께 또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2017년 9월 임기 만료로 물러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후임을 4년째 인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인권대사가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지 않다”며 북한인권대사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변은 이 같은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며 국회 앞에서 북한인권법 이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태훈 한변 회장입니다.
[녹취: 김태훈 회장] “법률에 하도록 돼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법률 위반이고 즉 법치주의에 반하고, 또 인권국가에 반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조가 북한의 반인도 범죄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해야 되는데 이에 역행한다, 이 두 가지입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위원장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한변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북한인권법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COI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일련의 액션 플랜을 제시했지만 한국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모든 문명화된 사회의 시민이라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눈 감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남북한 평화를 목표로 삼은 데 대해 이를 지지한다면서도 진정한 평화를 위해 인권 논의가 빠져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When we discuss peace we should bear in mind that peace should include all stakeholders people and N.Koreans…”
퀸타나 보고관은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평화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평화가 결코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점에 한국 정부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내 북한인권 전문가는 한국에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미국에선 북한인권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북한인권법을 집행할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인권법이 제정 당시 여야의 합의로 인권 활동은 물론이고 대북 인도적 활동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현 정부여당으로선 법이 집행될 경우 북한 정권이 꺼려하는 인권 활동만 작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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