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라는 것이 나름의 한국적 환경에 적응한 것이고, 월세 제도에 비해서 뛰어난 제도이다. 저금리 추세 속에서 서서히 소멸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제도라 하지만 그것을 저렇게 부수지 못해서 난리법썩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을다.
Justin Jee님이란 분이 8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전세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전문가들이 콕 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점을 생활인의 경험담으로 잘 담아 냈다. "월세 상념"이란 제목으로 실린 글이다.
미국을 여행하거나 잠시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은 노숙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밤중에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역에서 내려 호텔로 가려고 할 때 길거리에 누워있던 노숙자들이 나를 보더니 우루루 일어난다..구걸을 하려는 거였겠지만 수가 많으니 공포스러워서 냅다 달려서 호텔로 도망쳤다.
낮에도 "homeless"라는 팻말을 들고 구걸을한다. 3월이면 춥다. 비닐로 온몸을 감싼 노숙자의 깡통에 1달라 지폐를 적선했다. 노숙자는 화들짝 놀라 지폐를 돌려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쿼터 25센트 이상은 잘 안 받는단다. 준돈을 다시 받자니 모양 빠져서 다시 주는데 완강히 안받겠단다..희한한 시츄에이션에..지나가던 경찰이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집어가면서 웃는다..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흑인만 노숙하는게 아니다..금발에 버버리 코트를 입은 멀쩡한 젊은 백인 남자를 잊을 수 없다..
노숙한지 얼마되지 않는 모양이다. 머리는 떡지고 얼굴은 꾀재재하다.
그후 1년 미국에 월세를 내면서 살아보니 그 광경들이 이해가 된다. 미국인들은 대개 목돈이 없다. 그래서 임금을 받기 시작하면 집은 월세를 가구는 할부금을 내고 산다. 통장에 돈이 머물 시간이 없다. 그렇게 살다가 해고가 되면 금발의 바바리맨처럼 거리에 나가야 한다.
우리는 보기드문 전세 제도로 직장을 잃어도 재기할 때까지 최소 주거는 안정적이다. 임대계약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세는 민간이 만든 사회적 안전장치이자 복지이다. 전세 살면서 돈이 모이면 대출을 끼고 내집마련을 하면서 노후를 준비한다. 그런 우리나라만의 안전장치가 저금리로 점점 사라져가는 중에 부동산 3법의 통과로 2~4년내에 급속히 없어지게 되었다.
월세는 지급능력이 사라지는 순간 거리로 나가야 한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도 노숙자천국이 되나 보다. 월세가 뭐가 나쁘냐는 여당의원들은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자들이고 거기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은 월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 블랙코메디의 현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김수현의 말대로 집없는 이들은 영원히 민주당 지지세력으로 남는건가?
출처: Jutin 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