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자유] 리처드 파이프스 지음 / 서은경 옮김 / 자유기업원
휴가를 맞아 읽을 만한 책으로 리처드 파이프스의 《소유와 자유》를 권한다. 빠르게 변하고, 순식간에 여러 주제가 한꺼번에 중첩되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무게중심을 잡고,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려면 올바른 관점, 예리한 관찰력, 통찰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이 책이 그 방향을 안내한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를 지내다 2018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미·소 냉전, 옛 소련 붕괴, 지역별 각자도생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외교무대 출현 등 역사적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며 수많은 책과 논문을 냈다. 1981년부터 1982년까지 레이건 정부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문제를 담당하는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구겐하임 펠로십을 두 차례 수상했다.
이 책은 재산과 재산권, 자유에 대한 역사서다. 고대와 중세시대, 19세기 산업혁명,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출현, 파시즘에 대해 설명한다. 또 이 같은 경제발전과 재산 증대, 재산에 대한 권리와 자유 의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준다.
나라별 사례들도 등장한다. 사유재산제도가 발달한 영국, 평등에 집중한 프랑스, 유럽의 끄트머리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볼셰비키 혁명으로 갑작스럽게 체제가 뒤바뀌며 혼란을 겪은 러시아 등이다.
특히 저자는 자신이 평생 연구해 온 러시아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경제발전과 소유에 대한 관념 도입이 매우 늦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독 전제정권이 오랫동안 지탱돼 왔고, 지금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여 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 정치체계가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로 소유제도의 부재를 꼽는다. 미흡한 소유제도로 인해 자유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유는 소유와 법의 긴밀한 관계 속에 서서히 성장한다. 자기 재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는 후천적으로 배운다. 사회에서 법과 관습으로 배워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이 선순환이 체제에 녹아들지 못했다. 러시아엔 사유재산제도가 없었다. 그 때문에 자유가 발달하지 못했고, 전제정권 치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확고한 소유권은 자유를 증대시킨다.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는 자유는 물론 평등마저 파괴시킨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세기 영국의 경제·정치학자 월터 배젓의 말을 인용하며 ‘결과의 평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경계한다. “사람들이 동시에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길은 없다.”
21세기의 혼란상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로 역사학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상당히 묵직하다. 과연 주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올바름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역사를 관통해 온 ‘그 무엇’을 고민하게 한다.
공병호 (gongjebo@gmail.com)